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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카메라를 또 하나 장만하다.


몇 년 전부터 눈여겨 봐 오던 카메라를 드디어 손에 넣다.

"Kodak Professional DCS 760"

2001년 4월 CeBIT에서 처음 발표되었으니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된 녀석이다.
당시 초기 발매가격은 무려 $7,995, 국내엔 1400만원 정도에 출시되었다.

이 DCS 760의 전신격인 DCS 660이 그 한해 전 
$25,000(국내 소비자가 4,73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표를 붙이고 나왔던 점에 비하면 파격적으로 가격을 내린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감히 꿈도 꿀 수 없던,
고가의 프로페셔널 작가의 전유물 760이 내 수중에 들어 올 정도로
디지털 장비의 라이프싸이클은 덧없기만 하다.

허나, 그래서 참 행복하다.
닿을 수 없는 아득히 먼 곳에 존재하던 이 녀석을 단돈 몇 십 만원에 들일 수 있었으니 말이다!

600만 화소, Raw 전용이다. 
ISO 80~400
무게 1.8킬로그램

최근에 시장에 한 달이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는 초 저가형 DSLR과 비교해 보더라도 너무도 보잘것 없는 스펙이다.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고 있는 디지털의 세계에서 10년이란 너무도 아득한 세월인 거다.

하지만,

니콘의 플래그쉽인 F5 바디를 빌려 와 코닥의 디지털 백을 접목한 탓에
하드웨의의 조작감은 극상이다.
넓은 뷰 파인더 속에 목표물은 정렬하고, 살며시 반 셔터를 누를 때 전해지는
AF 드라이브 모터의 힘찬 토크(torque)감,
나머지 반 셔터를 다 누르다가 문득 맞이하게 되는 그 창쾌한 셔터소리!
셔터를 끊음과 동사에 검지손가락 끝을 통해 느껴지는 셔터박스의 진동은
온 몸에 짜르르 전률로 퍼져나간다.

요새 유행하는 표현을 빌리지면 
"미칠듯한 존재감"의 현신이라고나 할까.

그 뿐만이 아니다.

이 녀석이 만들어 주는 이미지 퀄리티,
최신 카메라가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코닥만의 감성을 담아 내 주는 그 맛이란!
겨우 6백만 화소라 깔보지 마라
컬러에 관한 코닥의 원천기술이 그대로 집약된 결정체가 이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단 말이다.
 
지난 일요일,
이 육중한 넘과 기 보유중이던 14n, 그리고 렌즈 6개를 배낭에 쓸어 담고
결국 한 번도 펼쳐보지 못했던 삼각대까지 챙겨서
간월산 공룡능 산행에 나섰다가
그 무게때문에 녹초가 돼 뒈지는 줄 알았다. 

그래도 산행엔 760을 빠뜨릴 순 없다. 

조난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