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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6월의 야생화(2008.06.21)

장마가 시작되었다. 
"...한 이틀 쉬었다가 시작해도 좋으련만, 하필이면 토요일부터인가?"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장비를 주섬주섬 주워 배낭에 챙겨넣고 집을 나선다.
하늘에는 금방이라도 빗방을이 쏟아질듯 먹구름이 가득하다. 
다행히 바람은 그리 없다. 
만약을 대비해서 현관 나서면서 우산도 집어들었다.

5분만에 무심사 입구에 도착한다.
절 입구에는 채권자들의 서슬퍼런 고지(告知)가 마음을 슬프게 한다.

"이 절은 채무자 XXX가 수차에 걸친 채무 독촉에도 불구하고 변제를 불이행함으로써 경매에 ...
채권자의 허락없이 출입 수 없습니다. 만약 이를 어길 시..."

불경기의 칼바람이 이 절간까지 불어닥쳤단 말인가?
치솟는 기름값과 환율은 부처님도 어쩔 수 없나보다.

어쨌거나 공양간 우측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관문성으로 향한다.
먼저 큰까치수영이 나를 반긴다.
지난 날, 초여름 등산길에서 목이 마르면 저 큰까치 수영 잎사귀를 뜯어 씹곤 했다.
시큼한 그 맛이 침을 고이게 하여 갈증을 순간이나마 달래주었지.
저 새하얀 꽃잎 위에 팔랑나비라도 한 마리 앉았더라면 좋으련만...
빗방울이 후두둑거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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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받쳐들고 오솔길을 오른다.
지난 주 왔을 때 봐 두었던 노루발풀꽃 군락은 이제 흔적도 없다.
그 새 져버린 것이다. 주름조개풀 위로 고개를 내민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는데, ...
카메라, 삼각대까지 짊어지고 올라왔으나 메모리를 빼 놓고 가져오지 못한 어처구니없는 실수때문에 
카메라에 담지 못했는데, 저렇게 빨리 스러져버리다니... 

채 10분도 안되어 관문성에 도착했다.
이름 모를 무덤 옆에 홀로 핀 빨간 털중나리가 빗물 샤워를 하며 한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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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들어 뒤를 보니 저 멀리서 노란 꽃이 조용히 손짓한다.
가까이 접근해 보니 물레나물이다.
반갑다. 미처 이 아이는 피어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위에서 보면, 노란 5장의 꽃잎이 마치 선박의 프로펠러(스크루)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바람이 불면 아마도 바람개비처럼 빙글빙글 돌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물레나물이란 이름을 얻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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