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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외여행

미국 서부 자동차여행 6일차 (2014.02.08) - 로스엔절레스 시내 투어(2)

제6일 2014. 02. 08. (토요일) 맑음.



      오늘의 일정:

 

      ① 로스엔젤레스 시내 투어 


      ② 그랜드 캐니언 向發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늘 부족한 잠을 털어내고선 간단히 식사하고 짐 챙겨 거리로 나선다.  어제 취침 전 간단한 토의를 통하여 오늘의 동선을 정했는데, 헐리우드 거리-베벌리 힐스-LA 다운타운을 거쳐 산타모니카 해변을 재방문 후 LA를 떠나는 것이다. 이 곳 말고도 LA 주변엔 둘러볼 곳이 깨알같이 많으나, 어차피 저수지의 고기를 모두 건져 올리기는 불가능한 것. 이번 여행의 컨셉(?) 부합하게 그냥 설렁설렁 둘러보고 또 다음 목적지로 떠나는 전격 기동전을 펼칠 수 밖에 없다. 오늘의 전투는 어제에 이어 LA 시내 투어와 내일 그랜드 캐니언으로 가기 위한 전초기지 까지의 이동이다. LA 시내 동선 포함 오늘 숙박 예정지인 아리조나주 킹맨까지의 총 이동거리는 약 362마일(585km)로 나오는데 실제 이동거리는 약 600km가 약간 넘을 것이다. 한국이라면 좀 먼 거리로 볼 수 있으나, 고작 600km라면 이 동네에선 옆동네 밤마실 수준 아닌가? (며칠 전 한 여행기에서 아이리스님이 20일간 13,000마일(≒20,921km, 오만 삼천 리)을 달린 적이 있다는 내용의 댓글을 읽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루 평균 주파 거리가 무려 1,046km라니!  존경합니다, 아이리스느님...!!!)



코리아타운에서 헐리우드로 가는 길

 


     우리의 든든한 전차에 연료를 만땅으로 먹이고 바로 작전 투입. 헐리우드 거리 근처에 도착하니 한 대형 마트가 보여 부식과 간식거리 등 보급품을 추진하기로 했다. 가족들이 마트 내부에서 쇼핑하는 사이에 잠시 주차장에서 트렁크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웬 거구의 사나이가 나타나더니 뜬금없이 돈을 달란다. 차림새가 그리 후줄근하지 않아 이 사람이 단순 걸인인지 말로만 듣던 강도인지 순간 종잡을 수가 없어 혼란스러웠지만, 그렇게 먹고사는 그들만의 삶의 방식을 일단 존중해 주기로 했다.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지폐 한 장을 잡히는대로 꺼내니 5불짜리, 나꿔채듯 냉큼 받아 들고는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제 갈 길을 가버리더라. 예끼, 예의 범절이라고는 모르는 고얀 것 같으니라구

 



     이른 시간인데도 제법 많은 인파가 붐비고 있는 스타의 거리로 진출한다. 스트릿 파킹은 이미 만땅이라 두어 바퀴 돌다가 포기하고 식구들을 헐리우드 거리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중국 극장 앞에 하차시킨 후 근처의 한 지하 유료주차장에 주차하였다. 다시 가족들과 합류하여 약 1시간 이상 도보로 주변을 둘러보면서 양떼들에게 풀을 먹이듯 이국적인 풍물(?)들을 두루 섭렵시켰다. 아직 자연 경관보다 도시 문명에 더 관심이 많을 우리 식구들에겐 이번 미국 여행 중 다른 어느곳 보다도 여기가 가장 미국적인 정취를 느낄만한 곳일 것이다. 주위엔 온통 중국인 일색이다. 특유의 억양으로 떠들썩한 중국인 단체 여행객들이 거리를 점령하다시피 메우고 있다

 


이 곳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TCL 차이니즈 씨어터



     이런 분위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이 곳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맨즈 차이니즈 극장(Mann's Chinese Theater)TCL 차이니즈 극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TCL이라는 회사는 하이얼(Haier)과 함께 중국의 양대 가전사 중의 하나 아니던가? 하이얼이 삼성이라면 TCLLG에 해당한다. 조악한 카셋 플레이어를 만들어 초저가에 팔아먹던 이 회사는 이제 세계 중저가 가전시장을 휩쓸고 있는 거대 기업으로 훌쩍 커 버렸고, 이제 삼성/LG의 위치를 노리는 위치로 올라섰다. 바로 이 회사가 작년(2013) 이 극장의 명명권(Naming Rights)500만달러에 사서 에서 TCL Chinese Theater로 개명했단다. 이러다가 예전 일본에 이어 이젠 중국 자본이 미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장악할 날이 곧 오지 않을까?

 




코닥극장은 돌비극장으로 문패를 바꿔 달았다



     2001년도 설립 이후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열리고 있는 코닥 극장(Kodak Theater)"Dolby Theater"로 이름이 바뀌었다. 한 때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초 우량기업 중의 하나였던 코닥, 미국 영화산업과 함께 성장해 왔던 코닥이 파산하고 나니 이 극장도 결국 코닥이라는 이름을 버리게 된 것일까. 나는 오늘도 10년이 넘은 골동품 코닥 DSLR(DCS 14n) 카메라를 손에 쥐고 있다. 물론 니콘 카메라(D800)도 함께 챙겨왔지만 어디까지나 코닥카메라를 보조하는 역할일 뿐이다. 하드웨어적인 성능이 최악인 코닥 카메라를 내가 아직까지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코닥이 주는 감성 때문이다. 촬영 조건이 좋은 날, 코닥이 만들어 주는 사진의 색감은 일본제 최신 고급 기종들이 따라오기 힘든 그 무엇이 있다. 100년이 넘게 필름을 만들어 오면서 축적한 독보적인 영상기술은 코닥의 자부심이었다. 디지털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지만 디지털화의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아날로그 필름을 고수하다가 필름 시장의 소멸과 함께 결국 덧없이 몰락하고 만 코닥. 문패 바뀐 돌비 씨어터를 바라보고 있자니 참으로 씁쓸하다. (근데 여행기에서 이게 무슨 오버인지...)



타임캡슐...세월이 흐른 후 어떤 유물들이 출토될 것인지...?



 

     헐리우드 길거리엔 진짜 스타들은 길바닥에 이름과 손도장, 발도장으로만 존재하고 있었고, 다쓰베이더, 배트맨, 원더우먼, 스파이더맨 등 각종 영화속의 캐릭터 복장을 한 코스프레어들이 이 거리의 주인이 되어 손님을 맞고 있다. 사진을 찍자고 강요하진 않지만, 함께 찍으면 얼마간의 팁을 줘야하는 모양이다. 제법 너른 광장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유명인사의 손발도장과 사인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위치를 나타낸 지도를 파는 사람도 있다. 첩혈쌍웅, 영웅본색 등으로 명성을 쌓은 후 헐리우드로 진출하여 브로큰 애로우, 미션임파서블2 등 미국식 블록버스터로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우위썬(오우삼) 감독의 핸드프인팅은 성지라 불려도 좋을만큼 중국인들의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지어 주위에 몰려들어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안성기와 이병헌도 동양인 배우 최초로 핸드프린팅 했다는 소문을 들은 듯한데 찾지는 못하였다

 


우위썬 감독의 핸드프린팅 위에 선 중국관광객들.




거리 풍경



     우리도 이리저리 둘러보며 각자 관심 있는 인사들의 핸드프린팅 시멘트판을 찾아 구경한 후 돌비극장과 연결된 헐리우드&하이랜드 센터에 들어 가 보았다. 명품관으로 이루어진 쇼핑몰과 식당, 대형 호텔로 이루어진 건물이다. 바빌로니아풍으로 지었다는데, 중앙엔 개선문 비슷한 아치가 있고 흰코끼리 석상이 양편을 호위하고 있는 최신 건물이지만 좀 촌스러워 보이는건 왜일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보니, 남쪽은 헐리우드 광장과 거리가, 북쪽으로는 헐리우드 입간판이 보이는 리 산을 잘 조망할 수 있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내 어깨에 둘러맨 DSLR 보더니 내가 무슨 대단한 작가나 되는 줄 착각하여 커메라를 맡겨 사진 촬영을 부탁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 곳에도 예수천국 불신지옥이...()

밀랍인형 박물관 앞에는 마릴린 먼로 누님이 호객행위를...()




헐리우드 & 하이랜드 센터에 올라가면 북쪽으로 Mount Lee의 헐리우드 사인이 잘 보인다

 



     헐리우드 거리를 뒤로하고 베벌리 힐스로 차를 몰았다. 그 곳의 아기자기한 주택가와 로데오 드라이브를 랜덤으로 돌아보며 차에서 내리지 않고 눈요기만 하였다. 특히 로데오 거리를 지날 땐 마눌님으로부터 정차 명령이 떨어질까봐 가슴을 살짝 졸이기도 하였다. 고층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 선 다운타운도 마찬가지로 주마간산격으로 휘둘러만 보고 다시 산타모니카로 진입한다. 목조 잔교(피어)를 한바퀴 돌고 적당한 장소를 찾아 준비한 도시락을 꺼내어 약간 늦은 오찬을 해결하였다. 낮이라서 그런지 해변의 정취는 지난 밤보단 못하였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싼타모니카 해변(북쪽)






     다시 출발이다. 도심을 벗어나면서 내내 가족에게 미안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식구들이 가장 호기심을 가질 이 도시문명을 가능한 한 건성건성으로 건너뛰는 내 스타일, 이건 분명 일종의 횡포일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이것이 이번 여행의 컨셉인 것을. 아이들이야 앞르호 살아 갈 날이 구만리니 나중 얼마든지 자기들만의 여행을 기획하고 실행할 기회가 많겠지만, 모든 것을 내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마눌님은 어쩔 것인가. 한 곳에 안주하질 못하고 끊임 없이 돌아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성미 급한 신랑을 잘못 만난 고약한 팔자를 탓할 수밖에.


     밤길을 달리고 또 달려 밤 9시 반경 킹맨에 도착하다. Exit를 빠져 나가 가장 먼저 만난 Travel Lodge에 여장을 풀었다.   (6일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