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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해국 2013.10.26.(방어진)

모처럼 화창한 가을날, 해국을 찾아 방어진 라운드투어를 나서기로 하다.


방어진 수협 -> 성끝마을 -> 슬도 -> 울기공원을 둘러 보고,

남목 마성터널을 지나 주전, 정자쪽 해국을 만난 후

동대산 고개를 넘어 오는 코스로 정하였다.


오늘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아

약속때문에 먼저 외출한 마눌님이 남긴 숙제(청소, 빨래 널기 등)도 

콧노래 부르며 설렁설렁 해치우고 

혼자 커피까지 한 잔 끓여먹고, 이제 슬슬 출발해 볼까 하는데

생각지도 않은 낭패가 생겨버렸다.

마눌님이 나가면서 손가방에 든 자동차 키 꺼내 놓는걸 깜박 잊은것이다.


마눌님을 되돌리긴 곤란한 상황이어서 그냥 시내버스를 타고 떠나다.

덕분에 주전/정자 바닷가 해국과의 만남은 포기해야 했다.


2013.10.26. 울산, 동구.


Kodak DCS 14nx + Nikon D800








슬도(瑟島)는 방어진 항 입구의 자그마한 섬이다.

"갯바람과 파도가 바위에 부딛칠 때 거문고 소리가 난다"고 하여

제법 그럴듯한 이름을 얻었다.

 

근자에 방파제를 겸한 제방이 놓이면서 섬이 아니라 육지가 되었다.


 






오랜 풍상에 닳고 닳은 용암 바위틈에 해국이 한무더기 자라고 있다.







몇 년 전, 엠비씨 드라마 "욕망의 불꽃", "메이퀸"의 촬영 배경이 되면서

낚시꾼 외엔 거의 찾는 사람이 없던 이 곳이

갑자기 명소 아닌 명소가 되어 외지인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성끝마을에서 울기공원(대왕암공원)으로 이어지는 호젓한 오솔길









울기공원 오는 길에는 털머위 군락이 왕성하다.









대왕암 근처 해국밭에 당도하였으나 작황이 영 시원찮다.

예년 같았다면 저 소나무 밑둥이 해국으로 쫙 깔려야하는데,

군락인데도 꽃은 가물에 콩나듯 띄엄띄엄 피어있고

그나마 핀 녀석조차 부실해보인다.


지난 여름의 기록적인 찜통더위와 가뭄의 여파가 너무도 크다.








이런 개체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오히려 다행하게 느껴진다.






 







 


 

 



 

 

 

 


 


 

 

 

 

 

 


 

 

 

 

 

 

 


 

 

 

 

 

 

 


 



벼랑을 오르내리며 뭔가를 채취하는 사람을 만났다.

뭐 하시는 분인지 궁금하여 잠시 지켜보았는데

둥근바위솔을 보이는 족족 뿌리째 뽑아 저 봉다리에 집어넣고 있더라.

 

안그래도 그 많던 바위솔이 최근 몇 년간 눈에 잘 띄지 않아 의아하던 차에

바로 이런 전차였구나 생각하니 두껑이 확 열리려 하더라.

 

자제하고, 한 마디 물어보았다.

 

"아저씨, 뭐에 쓰실려고요?"

"아, 이거 약 아닙니까? 암에도 좋고 ..."

"에이, 아무려면 병원 약보다도 낫겠어요?"

"몸에 좋다고 하니 뜯으러 왔다 아잉교"

 "뽑아 가시더라도 적당히 하시고, 너무 싹쓸이는 하지 마세요."

"나도 야생화 참 좋아해요. 큰 것만 뽑고, 쪼맨한건 남과놨어요."

"에효... 알겠습니다. 씨가 안마르도록만 해 주세요." 

 

항암, 간기능 회복, 피부미용 등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저런 분들이 생겨나게 된 것같다.

 

그러나 누가 저 분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저 분 가족 중, 어쩌면 본인이 암으로 고생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

 

더구나 둥근바위솔은 보호종도 멸종위기종도 아니고,

내가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쓴 소리를 할 입장도 아닌것이다.

 

그냥 쓴 웃음만 멋적게 짓고는 황망히 울기공원을 빠져나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