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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2013.09.28. 애기앉은부채




물매화맞이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애기앉은부채 서식지를 찾았다.

지난 주 왔을 때 악천후로 제대로 담지 못하였는데,

다행히도 오늘은 일기가 그런대로 양호하였고,

대부분 끝물로 가고 있는 중에서도 아직 싱싱한 몇 개체를 만날 수 있었다.


2013. 9. 28. 울산 근교.


Nikon D800 + AF55mm Macro







애기앉은부채는 천남성科 식물이다. 

천남성과 식물의 특이한 점은 바로 저 불염포(佛焰苞)라 불리우는 너울의 존재다.

천남성이나 반하, 또는 관상용으로 화분에 흔히 키우는

안수리움(Anthurium)이나 스파티필룸(Spathiphyillum) 등의 천남성科 꽃은 

색상과 크기는 다를지언정, 모두 저 "불염포"라는 이불을 둘러 쓰고 있다.







예전 온라인상으로 이 꽃을 처음 본 순간, 누구라도 그러하겠지만

불단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불상이 떠올랐다.

그냥 꽃으로 부르기엔 참으로 특이하고 신비로운 느낌이지 않는가? 


아니나다를까, "애기앉은부채"라는 이름도

부처가 가부좌를 틀고 앉은 형상이라 하여 "앉은부처"로 불리다가 

후일 "부처"가 "부채"로 와전된 것이라고 한다.  








참고사진 - 모악산 금산사 대장전의 석가모니불.

수미단 위에 좌정한 불상의 배면에는 불타는듯한 광배가 찬란하다.

(사진출처 : http://blog.daum.net/ulbawi/16117196 새털구름님)





애기앉은부채에서 부처를 떠올리는 것은

불염포의 모습에서, 부처 등 뒤에서 빛나고 있는 광배를 연상해서일 것이다.


불교 용어 사전에 의하면, 

"광배(光背)"란 부처님의 위대함을 빛으로 표현한 것이며

"부처님의 몸에서 나는 신령스럽고 밝은 빛을 형상화 한 것"으로

후광(後光)·신광(身光)·광염(光焰)이라고도 한다. 




"불염포"라는 말도 "부처님의 광염같은 봉오리"라는 뜻이니

저 도깨비방망이같이 생긴 꽃(꽃차례)이 곧 부처인 셈이다.








"앉은부채"는 이른 봄에 개화하는데 비하여 

"애기앉은부채"는 늦여름에야 땅에서 꽃이 올라온다.


초여름에 잎이 먼저 나서

광합성으로 뿌리에 충분히 영양분을 공급하고 난 후

잎이 지고서야 꽃이 피는 것이다.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일종의 상사화(相思花)다.








광배(불염포)부분을 만져보면 상당히 두껍고 딱딱한데, 

보호 및 곤충의 유인과 온도 조절을 담당한다고 한다.

도깨비방망이(꽃차례)에 다닥다닥 붙은 노란색 돌기가 꽃술이다.










특이하게 녹색 불염포를 쓴 녹화버전도 있다.


꽃의 길이가 불과 10cm 내외로 매우 작은녀석이어서

카메라를 땅에다 뭍다시피 바짝 붙이고 찍었다.


그렇게 찍으려면 몸을 낮춰 엉덩이를 치켜들고

이마를 땅에 박고 한껏 조아리는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마치 신심 깊은  불자들이 불상 앞에서 몸을 낮춰

공손히 삼배를 올리는 자세와 흡사하다.


아마도 야생화 중

사람들로부터 큰 경배를 받는 고귀한 존재라고나 할까... 하하. 








마악 피어나고 있는 신상 애기앉은부채.

자색(紫色) 꽃차례[花序]가 참....신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