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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외여행

동유럽 둘러보기 -《제1일:부다페스트 밤거리》

동유럽 둘러보기 : 《제1일:부다페스트 밤거리》









처음엔 "패키지 여행"이란것을 그리 탐탁치 않게 생각하였다.

깃발 든 가이드를 따라 떼를 이루어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것에 대한 이해는 뒷전이고

그냥 유명한 장소를 찾아 기웃거리며 인증샷 찍기에만 여념이 없는, 

영혼 없는 사람들의 자기과시적 허세쯤으로 치부했던게 사실이다.

 



그 허세의 대열에 어쩔 수 없이 몇 번 동참하면서, 조금 생각이 바뀌기 시작하였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일반인들에게 "패키지 여행"이라는 상품마저 없었더라면

어느 누가 살아 생전 해외 여행이란 기회를 쉽게 가져 보겠는가?









<버스에서 내려 프라하 구 시가 광장을 향해 걷는 도중의 街路.>



약간 늦게 도착한 관계로, 가장 사진빨을 잘 받는 시간대(골든아워)을

아쉽게도 놓쳐버렸다. 정면에 화약탑이 보인다. 

17세기 화약 저장고로 사용되어 화약탑으로 불리는데, 

과거엔 구 시가지로 진입하는 출입문이었다.













<밤이 찾아 온 프라하 구 시가지 광장엔 여러가지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다>






영국의 저명한 동물생태학자 데스먼드 모리스(Desmond Morris)는

그의 저서 "털없는 원숭이(The Naked Ape)"에서

사람(동물)들이 미지의 세계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느끼고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새로운 환경을 찾아 끝없이 탐구하려는 충동은

장차 일어날지도 모르는 환경의 변화와 이에 따르는 위기에

신속히 적응하려는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우리 인류의 가장 위대한 생존 기술이 되었다고 말한다.










<1365년에 건립된 틴 성당>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구활동의 가장 전형적인 예가 여행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비록 우리의 이번 동유럽행이 "여행"이라기보다 "관광"이라는 말이 어울릴지라도

이 또한 미지에 대한 탐구활동임을 부인할 순 없는 것이다.

(음. 가소로운 자기합리화로다.)

 

패키지가 아닌, 스스로 모든것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진정한 여행은

아마도 좀 더 몸과 정신이 자유로워진 이후에 실행할 과제로 남겨 두기로 한다.

 








<천문시계탑과 구 시청 건물이 둘러싼 광장에서 프라하 시민들이 퍼포먼스를 펼쳐 보이고 있다>





밤 기온 치고는 꽤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광장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유럽 3대 야경의 으뜸이라는 프라하 야경의 진수를 보고싶으면

여기서 멀지 않는 까를 다리로 가서 블타바(다뉴브) 강에 비친

프라하 성과 그 주변 고성의 반영을 조망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아쉽지만 우리 일정에 들어 있진 않다. 









<광장 주변의 노천까페>






어쨌든 우린 오랜 이동으로 인한 심신의 고단함과 쏟아지는 졸음도 참으며

프라하의 밤거리를 조금은 몽롱한 상태로 걸었다. 

광장 주변 야경 운치는 과연 명불허전. 

고딕, 바로크양식이 두루 섞인 고색 창연한 석조 건축물에

구석구석을 밝히는 찬연(燦然)한 조명까지 더해지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황홀감은 오히려 비 현실적이기까지 하였다.

  

이 곳엔 어차피 내일 다시 올 것이므로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광장 주변을 한 바퀴 돌고는 호텔로 직행하여 첫날을 마무리하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거리의 한 상가 진열대에 

민속 복장을 한 유대인 목각 인형이 전시되어 있다. 

이 지역에 정착하여 오랜 기간 동안 갖은 핍박을 받으며 살아 온

유대인들의 슬픈 역사의 산물이다.








<제1일 끝>